최근 몇 년 동안 회사 일처럼 꼭 해야 하는 일이나 인터넷상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이 아닌 영역에서 문자를 쓰는 일이라고는 트위터밖에 없었고, 이대로 가다가는 언어 능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이러한 불안감을 타개하기 위해서 순전히 자기 안심용으로 길게 정리해보고 싶은 생각을 글로 쓰고, 그런 글을 올릴 만한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이 생겨 버렸어요.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블로그를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는 참 속 빈 강정 같은 포스트를 써서 때우는 느낌이 많았는데, 사실 되돌아보면 그때는 참 제가 없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요. 저는 참 별 것 없고 재미없게 살아서 쓸 내용이 너무 없다보니 학교에서 작문을 할 때도 종이 위해서 샤프로 행위 예술을 하고는 했었지요. 그걸 읽는 국어 선생님들 반응은 참 좋았지만요.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하루하루 다채로운 경험을 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직접 돈을 벌고 혼자서 혹은 친구와 할 수 있는 것도 훨씬 늘었고, 멋진 곳에서 제가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주변에서 더 많은 것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어졌기 때문이에요. 기억력이 그닥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그때는 이런 일이 있었지’라고 생각하거나 트위터에 쓰고 흘려버린다면 순식간에 다른 순간들 사이에 묻혀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도 한 몫을 하고 있지요.

멀리 갈 것도 없이 마지막으로 긴 글을 썼다고 기억하고 있는게 대학 입시때 자기소개를 썼던 기억인데요, 떨어졌다는 아픈 기억과 함께. 그 이후로 벌써 4년이나 지났고 그 때에 비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많은 일을 겪어왔으니 희망 사항이지만 그 때보다 더 넓어진 식견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못하다면 아마도 그 동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제 불찰이고요.

그런 포부를 가득 실어 2017년이 끝나고 2018년이 막 시작하는 이 때를 노려 블로그를 시작해봅니다. 어쩌면 새해 결심처럼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아슬아슬한 기분으로 시작해보는 거예요.

출발합니다, 잘 부탁드려요!